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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디자이너 박상국

큐레이션

사용자가 만족하는 공간의 가치를 지향한다공간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다

사용자가 만족하는
공간의 가치를 지향한다
공간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다

공간을 목적에 맞게 디자인하는 일. 고려해야 할 점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는 일. 공간 속 사람의 행동과 삶마저도 변화시키는 일. 공간 디자이너 박상국과 그의 플립360은 기꺼이 그 어려운 일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PEOPLE
공간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다

집, 사무실, 카페, 피트니스 클럽, 백화점, 영화관…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우리는 매 순간 어느 공간에 속해 있다. 한 공간에 오래 머물기도 하고, 공간과 공간을 바쁘게 이동하기도 한다. 공간은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공간 디자이너 박상국, 그는 서울을 기반으로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간 디자인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플립360’의 대표다. 다양한 용도의 실내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며, 브랜딩 작업, 그래픽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을 비롯한 아트워크, 사진 촬영, 홈스타일링 등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플립360 사인 플레이트(좌)와 사무실 안 재미난 문구.

“박상국 디자이너는 주거 공간에 상업 공간의 트렌디한 디자인을 접목해 강한 남성적인 감성을 구현해내던 삼플러스디자인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간판 디자인을 활용한 조명, 금속 소재의 도어 사인 플레이트 등 개성과 디테일을 살린 디자인은 그만의 시그니처가 됐다. 2017년 독립하여 플립360(FLIP360)으로 스타트업한 이후 현재에 이르렀다.

트렌드의 영향이 크고 부침이 많은 업계에서 박상국 디자이너는 한 켜 한 켜 나이테를 늘려가는 나무처럼 단단해졌다. 그는 디자인 의뢰가 끊이지 않는 플립360의 저력은 ‘소규모로 구성된 젊은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라는 점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공간 디자인에 진심을 담는 박상국 디자이너.

“저를 제외한 팀원들이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젊습니다. 그만큼 모바일, 웹 등 다양한 메신저를 활용해 빠르게 소통할 수 있어요. SNS 활동도 활발해 레퍼런스나 마감재 정보 수집 등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팀원들은 배움도 빨라요. 각자의 전공과 스킬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미러링하면서 노하우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상국 디자이너는 공간 디자인 전공자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뒤집는다는 뜻을 가진 단어 플립(flip)을 전면에 내세웠듯이 끊임없이 생각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SKILL
젊다, 빠르다, 다르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갖는 한계는 수용하며 장점은 극대화한다. 프로젝트의 규모와 용도를 구분해 의뢰를 받지 않는 대신 한 달에 두세 곳만을 진행한다. 공간 디자이너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욕심나는 프로젝트 의뢰가 와도 그렇다. 공간의 목적성에 관해 클라이언트와 깊이 있는 상담을 마친 뒤 기본 도면이 나오면 팀원 전체가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 작업을 진행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다음 프로젝트별로 담당자와 현장 책임자가 배치되어 한 팀이 한 번에 한 곳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클라이언트와 직관적이면서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플립360만의 시스템이다.

수작업과 컴퓨터 작업을 병행하는 박상국 디자이너.

전문 분야가 다른 팀원들은 작업 방식도 다르다. 누군가는 프리핸드 스케치를 선호하는가 하면 컴퓨터 작업이 편하다는 팀원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만큼 플립360은 서로의 작업 방식과 결과물을 존중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한 팀원이 브랜딩 작업을 준비할 때 다른 팀원은 자료 수집을 도와주는 등 상황에 맞게 협업하는 유연함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필요에 따라서는 분야별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디자인을 구현하는 다양한 소재들.

주거 공간, 그중에서도 아파트 리노베이션 의뢰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인 플립360. 공간 디자인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과 고객이 바라는 니즈와의 아찔한 경계를 경험하곤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큰 비용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리노베이션 작업인 만큼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되 최초의 디자인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고객들은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안방은 부부 침실로 써야 한다’ ‘안방 욕실은 안방을 통해서 들어가야 한다’ ‘세탁실은 주방 옆 발코니에 두어야 한다’는 식으로요. 그게 유일한 답은 아니거든요. 안방의 문을 없애고 소파나 TV를 두고 거실처럼 활용할 수 있고, 안방 욕실의 출입구를 거실 쪽으로 새로 만들어 공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잖아요. 드레스룸과 가까운 욕실을 확장해서 세탁실 기능을 넣을 수도 있고요.”

고객에게 다양한 공간 솔루션을 제안하는 공간 디자이너의 역할과 고민이 깊다.

박상국 디자이너는 ‘사는 집의 인테리어에 따라서 가족 구성원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다’는 한 팀원의 말에 공감한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둘 중 한 명은 아파트에 사는 상황. 주어진 공간 안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함으로써 거주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 공간 디자인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가 바라보는 지향점이다.

#SPACE
기능과 감성, 공존하는 두 이름

주거와 상업 공간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과 소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온 그간의 결과물을 보면 박상국 디자이너와 플립360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건식 공간에 습식 마감재를 활용하거나, 주거 공간에 상업 공간의 사인 장식을 적용한다. 외부 마감재를 실내로 끌어오기도 한다. 의외의 마감재는 공간에 반전을 주며 유니크한 느낌을 연출한다. 이 모두는 마감재가 공간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박상국 디자이너에게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물었다.

뷰를 담은 거실, 가벽을 없애고 개방감을 준 주방, 세탁실을 만든 욕실 등.. 판교 아파트 프로젝트의 이모저모.

“정형화된 아파트의 기본 구조를 과감한 레이아웃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던 판교동 아파트 프로젝트입니다. 자녀방 두 개는 출입구를 변경해 새롭게 분할하고, 세탁실은 안방의 드레스룸으로 이동시켰어요. 주방은 확장해 빌트인 냉장고를 재배치하는 등 공간과 마감재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공사 후 고객의 만족도가 높았고, 고객은 집을 소개하는 SNS 채널을 개설해 인플루언서가 됐더군요.”

방과 방 사이 벽체를 제거하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가변형으로 변신한 판교동 아파트의 자녀방.

박상국 디자이너는 상업 공간 중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사옥 프로젝트를 꼽았다. 플립360의 첫 번째 오피스 프로젝트였고, 4~6층을 동시에 진행한 상당한 규모였다. 가방과 파우치, 우산, 안경 등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하는 회사는 수많은 제품 샘플과 패턴 타일, 장식 부자재, 스와치, 야드지 샘플까지 보관하는 공간을 필요로 했다. 플립360 전 팀원이 투입되어 수납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 외 층별 라운지 공간, 워크룸, 재봉실, 포장실, 창고 등 용도별로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했다.
“건물과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유니크한 느낌을 주기 위해 회의 테이블 상판을 콘크리트로 제작하는 등 콘셉트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해가며 디자인을 전개한 프로젝트입니다.”
공간 디자인을 넘어 건물의 전체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외부 사인과 내부의 픽토그램 사인까지 진행하며 플립360은 마음껏 실력을 발휘했다.

금속 소재의 독특한 형태로 회사 로고를 표현한 신사동 사옥의 파사드.

“공간을 만들 때 기능과 감성, 두 가지 키워드에 주목합니다. 공간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로 활동하는 동안, 기능적으로 얼마나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 우선 고민합니다. 그다음 공간에 콘셉트를 더하고 새로운 마감재로 시각적인 부분을 고려하죠. 그리고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서 공간에 스토리를 더하고 감성을 입힙니다. 의뢰자와 공간 사용자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빛신사동 사옥 6층 디자인 사무실. 콘크리트 소재 테이블과 복층 구조가 독특하다.

플립360의 공간이 궁금해진다. 종로구 숭인동 소재의 건물 2, 3층이 그들의 사무 공간이다. 콘크리트, 타일, 전기배선 등이 노출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공간이다. 1964년에 지어진 건물은 이화장, 순금장이라는 이름을 거치며 2018년까지 숙박업소로 쓰였다. 건물주는 노후화된 건물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쓸만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플립360이 자리한 사무실 외관과 2층 사무실, 3층 샘플실.

“공간 재생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진행 과정 중 죽은 공간을 재생한다는 점이 플립360이 하는 일의 궁극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어요. 이 공간에 애착이 생겨 결국 저희가 사용하게 됐습니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들.

여관으로 사용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사무실은 일터라는 개념을 넘어 교감의 장소다. 고객과 첫 대면하는 공간이자 상담과 여러 차례의 미팅을 거치며 교감하는 장소, 박상국 디자이너와 팀원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에 관한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교감하는 장소! 현장 근무가 많은 이들에게 현장의 여러 변수를 공유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라고 박상국 디자이너는 강조한다.

자유로운 디자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플립360 사무실.

공간 디자인이 용도와 사용자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점은 고객의 공간, 플립360의 공간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박상국 디자이너는 효과적인 공간 레이아웃, 다양한 마감재 시도 등 일련의 작업은 공간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질과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오는 공간의 힘.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공간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기능과 감성에 충실한 디자인, 이를 통해 사용자의 가치관을 향상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 그것이야말로 박상국 디자이너가 플립360 팀원들과 추구하는 명료한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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