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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공예가 양유완

큐레이션

영감의 원천,나만의 케렌시아를 갖다작가의 내실을 다지는 '반짝거리는' 공간

영감의 원천,
나만의 케렌시아를 갖다
작가의 내실을 다지는'반짝거리는' 공간

의도적이지 않으며 틀에 박히지 않은 비정형 유리 공예 작업으로 사랑받는 양유완 작가. 얼마 전 이사한 작가의 작업실에서는 재미난 일들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오래된 건물의 낡은 흔적 위에 작가의 감성을 더해 완성한 작업실은 다채로운 작품이 탄생하고, 사람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지며, 작가의 내실을 다지는 ‘반짝거리는’ 공간이 되었다.

#PEOPLE
찰나를 기억하는 예술가

녹아내리는 유리에 공기를 불어 넣고, 찰나의 빛, 바람을 담아 어느새 형태를 완성된다. 순간을 가두려는 작가의 움직임은 간결하나 밀도가 높다. 그 압도적인 광경은 보는 이의 날숨을 멈추게 만든다. 유리 공예가 양유완의 모습이다.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에는 ‘융합’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유리에 국한되지 않고 금, 은, 동, 돌과 같은 다양한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데서 기인했다. 그 계기는 호주에서 유학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명 디자이너를 꿈꾸며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조명 작업에 유리가 필요해지자 소재들을 다루는 교양 과목을 접했고, 졸업 작품으로 유리 작업을 선보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리에 다른 소재를 섞는 ‘무모한’ 시도들이 유리 공예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한 셈이다. 용감한 실험가 정신은 대중과 여러 브랜드로부터 사랑받는 지금의 양유완을 완성했다. 사람들은 비정형 안의 안정감과 같은, 유리의 이질적인 모습을 발견해낸다. 다양한 모양의 작품을 한다는 의미에서 모양 ‘모(貌)’자와 유학 시절 친구들이 자신을 부르던 와니(WANI)를 합쳐 만든 브랜드 네임 ‘모와니’로 그동안의 궤적을 단박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SKILL
틀을 허무는 비정형의 세계

작업실의 중심을 차지한 가마는 1년 365일 꺼지지 않는다. 1,200도가 넘는 가마 안에는 유리액이 용암처럼 끓고 있다. 그는 유리 공예의 꽃이라 부르는 이탈리아 전통 기법인 블로잉 글래스를 한다. 150cm 길이의 블로우 파이프 끝에 뜨거운 유리액을 말아 올려 분다. 뜨거운 유리액이 처지지 않도록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한 손은 파이프를 돌리며 중심을 잡는다. 한 손은 유리액을 불의 천적인 물에 적셔가며 모양을 잡아간다. 작은 바람이 필요할 때도 있다. 파이프, 잭, 집게뿐 아니라 불, 물, 바람이 재료이자 도구가 된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물을 보는 유리 공예는 즉흥적이고 성미가 급한 작가의 기질과 닮아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인 1조로 작업하는 게 일반적인데, 유리는 결과물을 예상할 수 없기에 세밀한 스케치 대신 작업 파트너와 대략적인 계획를 세우고 작업에 임한다. 집중의 순간은 어느새 끝이 난다. 작가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벌겋던 유리물은 영롱한 플레이트가 되고, 화병이 되며, 와인잔, 문진, 인센스 홀더 등 무엇으로든 변신한다. 살짝 덩어리가 지도록 빡빡한 상태의 유리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양유완 작가 특유의 무게감, 둔탁함, 비정형적인 매력이 표현된다.

작가로서는 실수나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차별화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그는 실수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비정형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작품을 받아보고 사진과 다르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데, 유리 공예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이 작가 앞에 놓인 고민이기도 하다. 공기가 갇혀 생기는 기포마저도 그 순간의 기록으로, 예술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작가 노트를 쓸 때마다 유리의 매력을 적어요. 투명과 불투명, 투박함과 정갈함, 동양과 서양, 특히 만들 때는 뜨겁고 이내 차가워지는 이중성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제가 이중적인 건 아니에요(웃음). 재미있는 사실은 유리가 뜨거울 때 떨어뜨리면 깨지지 않지만 식으면 깨져요. 마치 사람들과의 관계와 닮아 있는 재미있는 소재입니다.”

#SPACE
오롯이 나를 담는 공간

양유완 작가는 얼마 전 지은 지 족히 4, 50년은 됨직한 건물 3층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영감을 얻기 위해 타 작가의 작업물이나 SNS조차도 차단하고, 나만의 것을 유지하고 찾기 위해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그에게 작업실은 의미가 남다르다. 집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영감의 근원이며, 작업물을 모아놓은 갤러리 혹은 수장고이기도 하다. 작가 그 자체와 다름없다. 1층에 자리한 건물주의 조명 가게 덕분인지 조명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오래된 건물인데도 반짝이는 기분을 느꼈다. 열을 견뎌낼 만큼 층고가 높고 환기가 잘 된다는 점도 유리 공예 작업실로는 제격이었다.

크고 무거운 기계를 들이려면 1층이 적합하겠지만, 작가는 하늘과 맞닿은 공간이 좋아 늘 2, 3층을 고집한다. 창고로 쓰던 3개의 공간은 크게 작업 공간과 대화 공간, 주방을 갖춘 리빙룸으로 구성했다. 그외 봄이면 튤립이 피어오르는 테라스와 화장실이 있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바닥재를 까다롭게 고르고, 작업 후 몸을 씻을 샤워실은 화장실과 분리해 마련했다. 이중 작가의 케렌시아는 리빙룸이다.
“혼자 음악을 듣고 쉬며 여유를 느낄 수 있어요.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만큼 저에겐 소중한 공간입니다. 가구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를 취급하는 덴스크의 제품들로, 유리가 갖는 차가운 이미지를 나무 특유의 안정감으로 중화시켜주는 듯해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예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도자만큼 친숙한 존재는 아닌 듯하다는 아쉬움이 가진 양유완 작가는 앞으로 작업실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쿠킹클래스와 협업해 작가가 만든 그릇을 사용해 볼 기회를 가져보는 것. 공예품을 우리의 일상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유리 공방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할 계기를 마련해 볼 생각이다. 양유완이라는 작가를 온전히 담아낸 공예품이 의식주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말이다. 테라스에 튤립이 만발할 때 그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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