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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큐레이터 이슬기

큐레이션

차(茶)의 일상성을 찾는다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의 매력

차(茶)의 일상성을 찾는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의 매력

새해를 맞이하면서 삶에 즐거움을 하나 더한다면 무엇이 좋을까? 티 큐레이터 이슬기 씨는 아마도 ‘쉼이 되고 일상이 되고 예술이 되는’ 차를 권할 것이다. 차를 다루는 직업을 통해, 무엇보다 일상의 일부이기에 차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이슬기 씨. 그와 만남을 통해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의 매력에 빠져본다.

#PEOPLE
일상 속 차, 이야기가 되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로 유학을 준비하던 그는 다소 낯선 이름으로 세상을 만난다. 티 큐레이터 이슬기 씨. 매일 차를 마시고, 차에 관한 글을 쓰고, 티 클래스를 운영하며 차 관련 행사를 기획한다. 10여 년에 걸친 진득한 한국차와 중국차 공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걸까? 아니, 어쩌면 훨씬 전부터 차 공부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유년 시절, 가족이 모여 앉아 차를 마시던 풍경은 여전히 선명하다. 차 선생님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차는 밥 먹고 잠자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따뜻한 한 모금의 차가 몸에 천천히 스며들 듯 차는 그의 일상이 되었다.

차를 잘 알기에 깊고 넓은 차 문화는 그의 말대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수면 제품 판매 회사인 슬로우베드와 커뮤니티 플랫폼 밑미와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는 리추얼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전시 < 차(tea)가 있는 나만의 아지트(Room: 룸) 기획도 그중 하나. 그림과 영상이 차와 세팅된 전시회에서 관객들이 차를 마시는 대신 보고 들으며 느끼게 하는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차가 가진 고정화된 틀을 깨는 행보이자, 차가 예술이 되는 신선한 첫걸음이었다.

#SKILL
차와 좋은 친구가 되다

다기가 놓인 테이블 앞에서 이슬기 씨가 앉자 순간 고요함이 찾아온다. 다기를 다루는 그의 정갈한 몸짓은 춤을 추듯 우아하다. 차를 우리고 마시는 행위 하나하나에 의미와 정성이 담긴다. 그에게 먼저 좋은 차의 덕목을 물었다.

“일반적으로 좋은 차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차나무에서 딴 찻잎으로
차를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차를 이야기합니다.
그런 차는 찻잎의 모양도 맛과 향도 뛰어납니다.
그러나 차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것으로 나눈다면 차를 보는 시각이 좁아질 수 있어요.
나에게 맞는 차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차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차나무에서 딴 찻잎으로 차를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차를 이야기합니다. 그런 차는 찻잎의 모양도 맛과 향도 뛰어납니다. 그러나 차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것으로 나눈다면 차를 보는 시각이 좁아질 수 있어요. 나에게 맞는 차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기 역시 차와 별반 다르지 않을 터. 이슬기 씨는 다기를 섣불리 들이지 않으며, 차별 없이 ‘애정한다’. 우열 가르기는 무의미하지만, 처음으로 돈을 모아 산 청나라 때 자사호는 특별히 아낀다고. 어느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작품으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소중한 다기이기 때문이다. 차가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되는 이유이다. 여기에 그림과 공예 등 여러 요소가 함께한다면 찻자리는 더욱 빛이 난다.

Mini Tea Class

1 개완에 뜨거운 물을 부어 예열하고, 공도배와 찻잔에도 옮겨 담아 예열한 뒤 물은 버린다.
2 차를 개완에 담고 잠시 뚜껑을 닫고 건차의 향을 감상한다.
3 개완의 뚜껑을 열어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다.
4 우린 차는 공도배에 옮겨 담은 후 찻잔에 여러 번 나눠 마신다.

#SPACE
따스한 차로 공간을 채우다

새로 마련한 작업실 ‘티 슬로우 삼청’은 ‘숨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삼청동의 어디쯤인가에 자리한다. 누구라도 ‘여기에 이런 공간이?’ 하며 깜짝 놀라는 곳이기에 그는 이곳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대문을 열면 다른 세상이 열리듯 건축 연도를 알 수 없는 2층짜리 목조주택이 반긴다. 마당을 지나고 동료 도예가의 1층 작업실을 지나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에 올라서면 드디어 티 슬로우 삼청과 만날 수 있다.

한눈에 폭 담기는 작은 공간에는 그의 취향이 담긴 것들이 하나둘 채워지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엔티크 가구와 다기도 묵묵히 그를 응원한다. 흰색 페인트에 옛 모습은 많이 감춰졌지만, 시골 할머니 댁에서 봄 직한 창문 잠금쇠에서 긴 세월의 흔적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차를 마시는 예법에 맞추고, 계절이나 때에 따라 차를 즐기는 무드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 공간은 좌식과 입식 스타일로 나눴다. 겨울 햇살이 드리워진 테이블에서 그는 글을 쓰고 차를 가르치며 사람을 만난다. 홀로 차를 마시며 사유하는 아지트이기도 하다.

주말마다 향하는 경남 양산의 고택 차실 몽유재 역시 그의 공간이다. 티 하우스이자 차 행사가 열리는 몽유재는 경남 합천의 남명 조식 선생의 서당 진의재와 경북 안동의 고택 3채를 옮겨와 연결해 만들었다. 차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도모하는 그가 꿈꿔온 차 문화 복합공간으로 그 가치가 크다. 차의 맛과 향, 계절의 운치를 느끼는 순간들은 티 큐레이터 이슬기가 누리는 쉼이며 행복이다. 이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차로 건네는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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