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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윤삼

큐레이션

MZ세대 작가,'한국미'를 발견하다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젊은 도예가 김윤삼

MZ세대 작가,
'한국미'를 발견하다

옛 물건에서 발견한 고유한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생활 식기에 담아내는 작가, 김윤삼. 젊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탄탄한 경력을 가진 그의 작업실, 삼작소가 서울 성수동으로 이전했다. 도자기를 만난 첫 순간부터 물레 작업을 고집해 오는, 변하지 않을 그의 확신이 새로운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하다.

#PEOPLE
소풍 가듯 설렘을 빚는다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도예가가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뜨거운 가마 앞에서 밤새 불을 다루고,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그동안의 수고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깨버리고 마는…(미디어의 영향일지도).

생활 식기를 선보이는 삼작소(三作所) 대표 김윤삼 작가를 만나면 그와는 다른,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갖게 된다. 공부에 영 소질이 없었다는 그는 공업고등학교 세라믹디자인과에 입학하면서 도자기와 연이 닿았다.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했던 그는 군대 전역 후 도자기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영특한 MZ세대의 특징이 발현된 걸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주는 안정감은 그를 붙잡지 못했다. 10대에 진로를 결정하고 10여 년이 넘도록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는 그 이상의 지향점이 필요했다. 2년여 전 ‘내 것, 내 작업’에 대한 갈망이 생겼고, 윤삼이의 작업실이라는 의미를 담아 삼작소를 열었다. 도예가로, 작가로의 길을 스스로 연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까? 김윤삼 작가에게는 창작의 고통과 고뇌의 무게에 짓눌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소풍 가는 마음으로 하면 힘들지 않아요”라는 그의 말이 명쾌하다.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젊은 도예가가 김윤삼이다.

#SKILL
한국의 ‘선’에 몰두하다

작가에 대한 소개를 듣고 그의 작품을 보면 의외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힙한 청년이 아닌, 인생의 고락을 아는 중년이 만든 듯한 묵직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과 소박한 모양새를 한 작품들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검정, 흰색, 회색 등 기본적인 색으로만 표현하는 점 역시 본질에 방점을 찍는 작가의 철학 중 하나이다. 이렇기에 그가 빚은 작품에는 말초적인 끌림보다는 오래도록 곁에 두고 바라보고 싶은 편안함이 담겨 있다.

“저는 한국적인 선이나 문양을 가장 좋아해요. 선조들이 사용하던 물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때가 많은데요. 조선시대 ‘갓’이 처음 눈에 들어왔어요. 그 고유한 선을 모티프로 디저트를 담은 ‘갓볼’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작품 ‘꽈리 접시’는 꽹과리의 모양을 닮았다. 꽹과리 손잡이를 본뜬 부분은 수저받침을 대신하기도 한다. 얼마 전 작업한 ‘연 접시’는 방패연을 모티프로 삼았다. 접시가 반으로 나뉘어 다용도로 쓰기 좋고, 접시 두 개를 합치면 가운데 빈 곳에 종지를 놓을 수 있다. 이렇듯 김윤삼 작가의 작품은 식기 고유의 아름다움은 물론,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기능적인 측면을 모두 충족시킨다. 쓰임이 있던 물건이 주는 영감으로 이 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작가만의 새로운 식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는 수작업을 고집한다. 물레에 앉아 긴 시간을 보내는 과정은 노동과 다를 바 없다. 익숙해져서 하루 내 여러 점을 만들 수 있다지만, 체력과 집중력 소모가 크다. 그는 기업의 대량 생산 방식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물레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김윤삼만의 그릇을 만드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SPACE
도자기와 빈티지가 만나다

삼작소는 지난 9월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 성수동으로 이전했다. 조선시대 왕실 도자기 생산지로 명성이 높은 광주를 떠나 새 터전을 잡은 까닭은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도 같다. 삼작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 자신감이 있었다.

20여 곳을 둘러본 다음 결정한 공간은 북적거리는 성수동의 중심을 살짝 벗어난 주택가로 붉은색 벽돌이 인상적인 곳이다. 공간은 쇼룸과 작업실, 가마 공간, 창고로 구분한다. 쇼룸은 삼작소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고, 커다란 테이블에 플레이팅을 해보면서 쓰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빈티지 가구와 소품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걸음 속도를 늦춰 찬찬히 바라보고 싶어지는 갤러리와 다르지 않다. 도자기와 나무 가구, 이탈리아 제르바소니의 금속 조명 등 서로 다른 물성의 근사한 조화는 삼작소를 밀도 높은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쇼룸 한쪽에는 수강생을 위한 물레가 자리한다. 좁은 복도를 지나면 가마가 자리하고, 좀 더 깊숙한 곳에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여러 개로 쪼개진 공간은 사람들에게 쇼룸과 작업 공간을 구분해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를 구현시키기에 충분했다. 1mm의 오차 없이 동일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기계를 사용하지 않냐는 의심을 받곤 했는데 이런 오해를 풀 기회도 마련된 셈이다.

김윤삼 작가가 성수동 삼작소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 역시 명쾌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듯이, 그 손끝으로 빚은 그릇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 그러기 위해 작가는 생활 식기를 어려운 예술처럼 느끼기보다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삼작소가 사람들 곁으로 다가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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